2012/02/23 13:53

열대식당

uf열대식당 - 먹고 마시고 여행할 너를 위해
박정석 지음.

지난해 8월부터 배짱 좋게 베짱이놀이 하다가
폭풍같은 1, 2월을 보내고서
올들어 세 번째 마감을 (기어이) 끝내고 
네 번째 마감에 시달리는 꼴이란. 
야근 후 퇴근하면서 하는 말, 행복하지 않아. 음. 행복하지 않아. 
열대식당 에서 잊히지 않는 문구가 있는데, 
(베트남 냐짱의 마마한투어를 소재로 쓴 글 중)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나는 이 책이 참 좋다.
내가 제일로 꼽는 여행작가의 책이다.
그 여행작가의 책을 두 권째 내가 맡는 행운을 잡았다.
그 여행작가의 글을 읽는 최초의 독자였다.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그런데 마감이 끝나자마자 네 번째 마감하는 건, 행복하지 않아.)






조용히 내미는 밥 한 그릇의 온기, 소박하고 조촐한 식당이 주는 푸근함,
보는 것만으로 침이 가득 고이는 주방과 음식.
이토록 작고 사소한 것이 때론 먼 바다를 건너게 한다.

 

 

‘독보적’이라는 수사가 어울리는 트래블 에세이스트
<화내지 않고 핀란드까지>의 작가 박정석이 편애하는 ‘열대’로의 초대


어떤 여행자도 배고프거나 쓸쓸하지 않은 곳
모든 여행자가 왕이 되는 곳
쾌락의 도시 방콕에서 치앙마이, 하노이, 메콩델타 민박집을 거쳐 천국 같은 발리와 열대 섬들, 그리고 고독한 땅 버마에 이르기까지. 밥과 맥주, 망고가 흐르는 땅을 여행하다.
 
열대만큼 여행자에게 너그러운 땅도 없다. 돈이 있든 없든, 그곳에 익숙하든 낯설든, 모든 걱정은 무거운 배낭과 함께 내려놓고, 무덥고 조촐한 식당으로 간다. 마치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던 냥 반갑게 맞이하는 사람들이 그곳에 있다. 오직 당신 한 사람을 위해 작은 주방을 오가며 따뜻한 밥을 내어줄 것이다.
편견 없이 모든 여행자를 따뜻하게 감싸 안는 땅, 열대를 편애하는 건 여행자의 본능이다.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버마에서 먹고 마시고 여행한 작가는 축복과 같은 그곳의 음식, 주방, 밥 짓는 사람들에 관해 이야기한다.

동남아시아 여행에서 맛을 빼놓을 수 없고, 그곳의 밥상을 들여다보는 것은 결국 열대의 본질에 닿는 일이다. [열대식당]에는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버마 네 나라의 식재료(쌀, 고추, 면, 허브), 식당(방콕의 후미진 국숫집, 치앙마이 야시장 밥집, 인도네시아 밀림 속 프렌치식당), 특별한 미식 경험(현지인의 초대, 열대에서 직접 해먹은 닭백숙, 손으로 밥을 먹여준 남자) 등이 다채롭게 등장한다.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태국과 베트남은 서민이 즐겨 먹는 메뉴를, 가장 와일드한 나라 인도네시아에서는 모험적인 미식 경험을, 가장 불쌍한 나라 버마에서는 변변한 요리 없이 힘겹게 끼니를 이어가는 그곳의 상황을 소재로 인간애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언제나 일상적인 미식 공간이다. 동남아시아에서의 감동적인 식사는 길모퉁이 어딘가 좌판 몇 개 깔아놓은 노점에서 하기 십상이다. 유년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폭신한 달걀덮밥, 3분이면 완성할 수 있는 화끈한 매운맛의 카오팟(타이 볶음밥), 푸른 파파야와 갖은 양념을 절구에 넣고 콩콩 찧은 후 봉지에 담아 파는 솜땀(샐러드), 프랑스의 바게트 빵보다 감동적인 500원짜리 베트남식 샌드위치…. 가난한 여행자라도 언제나 손을 뻗을 수 있는 이 소박한 메뉴를 맛보고 나서야 비로소 그 나라 사람들의 삶에 다가가게 된다.
태국에서 가장 척박한 이산 지방의 음식이 전국으로 퍼져 나간 사연, 한국의 부대찌개처럼 슬픈 근대사가 녹아 있는 베트남 바게트, 우울하고 척박한 버마에 길거리 티숍이 산재한 이유를 하나 둘 읽어나가다 보면, 단순한 미식 경험을 늘어놓는 것을 넘어, 애정을 갖고 그 땅을 이해하려는 한 여행자의 시선이 느껴진다.

음식은 직접 먹고, 냄새를 맡아야 제맛이지, 그에 대한 글을 읽는 것으로 좀처럼 감동을 얻기는 어렵다는 편견이 [열대식당]에는 통하지 않겠다. 탁월한 에세이스트의 역량은 ‘상상하게 만드는 문장’에서 정점을 찍는다. 맵고 시고 때론 구리구리한 열대음식의 맛과 향이 흰 종이와 검은 활자에 녹아들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문장을 읽어나가다 보면 어느새 침이 가득 고이는 기묘한 경험, [열대식당]이 선사하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저자
박정석
이화여자대학교, 노스웨스턴대학교, 플로리다대학교에서 영화학과 저널리즘을 전공했다.
동해안 시골에 직접 집을 짓고 얌전한 시바견을 키우며 살고 있다.
그 개의 이름은 사요리. 날렵한 자태가 학꽁치를 닮아 그렇게 부른다.
개와 닭들 수발드느라 긴 여행은 가기 어렵게 되었다고.
지은 책으로 <쉬 트래블스> <33번째 남자> <용을 찾아서> <내 지도의 열두 방향> <하우스> <바닷가의 모든 날들> <화내지 않고 핀란드까지>가 있다.


2012/01/11 19:20

내 생애 가장 고상했던 그때

부스럭거리는 사소한 소리에도 집중이 안 될 때, 
아이튠즈 라디오 클래식 채널을 듣는다.
선택은 언제나 하나. 바로크 음악을 틀어주는 all baroque music. 
오늘도 기계적으로 그 채널을 찾아 클릭 클릭을 했는데, 

Lisa Beznosiuk가 연주한 바흐 플룻 소나타가 흘러나왔다.
저렇게 어려운 Lisa Benz~ 라는 이름을 내가 기억할리 없다. 
그런데 곡의 순서와 연주자의 숨소리, 약간은 탁한 그 음색이 나 중학교 시절 들었던 그 음반임을 
몸이 먼저 알아챘다. 채널을 클릭했더니, 연주자 이름이 나왔다. 아, 저런 이름이었어. 맞아.
두근두근.

바흐의 곡을 처음(이자 마지막이 된) 플룻 연주회에서 선보였다. 
바흐의 다른 곡은 들어본 적 없다. 내가 연주할 10분 남짓의 플룻 소나타 소품 두어 개가 내가 아는 바흐의 전부다.
그때, 바흐가 너무 좋다고 생각했다.
악기 연주법을 막 배우기 시작한 중학생이, 바흐가 너무 좋았던 건, 진심으로, 머리보다 몸으로 좋았던 것이다. 
아이튠즈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그 음악, 연주회 전에 밤이고 낮이고 듣고 다녔던 그 CD와 같은 순서로 흘러나오는 전개가
내 생애 가장 솔직하고 고상했던 중학교 시절을 마치 만질 수 있는 물건인양 생생하게 꺼내놓았다. 
내가 참 좋아했던 플룻, 마우스피스만 골드이고 키가 달린 관은 반짝거리는 은빛이었던 플룻은 
지금 친척 조카가 쓰고 있다. 그 아이가 플룻에 흥미가 있다길래, 난 도통 그걸 다시 불지 않을 것 같아서 선물해주었다. 

지금은 연주법도 다 잊어버리고 플룻도 없지만
몸이 기억하는 감각은 절대 없어지지 않아서 고맙고 소중하다. 

음악은, 역시, 너무나 강력하다. 


 

2011/12/30 11:11

프랑스 공공디자인

파리에 사는 작가가 나한테 뭐 보낼 게 있다고 했는데, 그걸 오늘 아침에 받았다.
규격봉투에 얌전하게 들어있었다.
우리나라 우체국에 가면 파는 50원짜리 규격봉투. 프랑스에서도 그걸 팔겠지. 몇십 센트에.
그런데,
규격봉투 시크 쩔어.
공공디자인이 훌륭한 나라가 선진국이다.

2011/12/29 14:48

지금은 철산 시대 - 림스치킨 편

풍뎅이 가스버너가 차곡차곡 진열된 림스치킨.
철산 주공아파트 9단지의 사랑방.

아줌마 배달도 해요?
아유, 우리 아저씨가 하두 술을 먹어가지고오, 배달을 하긴 하는데 못할 때가 더 많어. 그냥 와서 사갖고 가. 그게 빨러.

치킨 맛이 끝내주는 림스치킨의 미장센은,
아이와 컴포넌트, 필레오(이게 뭐임?) 냉온수기, 빈 공간엔 컴플리멘터리 안주과자, 그리고 총천연색의 조악한 조화.


2011/12/29 14:43

지금은 철산 시대 - 목욕탕 편

이건, 과연 목욕탕일까.
아우라, 포스, 오라, 흡입력, 역동성 넘치는 철산동 한양사우나 상세컷.
여기 찜질방에서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가면 탈의실이 나오고, 거긴 심지어 키친이 있다. 싱크대와 함께.
탈의실에서 만둣국을 판다.
벌거벗은 여자들은 만둣국을 사들고 건식한증막에 들어간다. 땀을 빼면서 후루룩 후루룩 만둣국을 떠서 입에 넣다가 누군가 한증막에 들어오면 눈만 치켜뜨고 그를 바라본다.





이건 대체, 머야.
너무 치명적으로 독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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