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용히 내미는 밥 한 그릇의 온기, 소박하고 조촐한 식당이 주는 푸근함,
보는 것만으로 침이 가득 고이는 주방과 음식.
이토록 작고 사소한 것이 때론 먼 바다를 건너게 한다.
‘독보적’이라는 수사가 어울리는 트래블 에세이스트
<화내지 않고 핀란드까지>의 작가 박정석이 편애하는 ‘열대’로의 초대
어떤 여행자도 배고프거나 쓸쓸하지 않은 곳
모든 여행자가 왕이 되는 곳
쾌락의 도시 방콕에서 치앙마이, 하노이, 메콩델타 민박집을 거쳐 천국 같은 발리와 열대 섬들, 그리고 고독한 땅 버마에 이르기까지. 밥과 맥주, 망고가 흐르는 땅을 여행하다.
열대만큼 여행자에게 너그러운 땅도 없다. 돈이 있든 없든, 그곳에 익숙하든 낯설든, 모든 걱정은 무거운 배낭과 함께 내려놓고, 무덥고 조촐한 식당으로 간다. 마치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던 냥 반갑게 맞이하는 사람들이 그곳에 있다. 오직 당신 한 사람을 위해 작은 주방을 오가며 따뜻한 밥을 내어줄 것이다.
편견 없이 모든 여행자를 따뜻하게 감싸 안는 땅, 열대를 편애하는 건 여행자의 본능이다.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버마에서 먹고 마시고 여행한 작가는 축복과 같은 그곳의 음식, 주방, 밥 짓는 사람들에 관해 이야기한다.
동남아시아 여행에서 맛을 빼놓을 수 없고, 그곳의 밥상을 들여다보는 것은 결국 열대의 본질에 닿는 일이다. [열대식당]에는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버마 네 나라의 식재료(쌀, 고추, 면, 허브), 식당(방콕의 후미진 국숫집, 치앙마이 야시장 밥집, 인도네시아 밀림 속 프렌치식당), 특별한 미식 경험(현지인의 초대, 열대에서 직접 해먹은 닭백숙, 손으로 밥을 먹여준 남자) 등이 다채롭게 등장한다.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태국과 베트남은 서민이 즐겨 먹는 메뉴를, 가장 와일드한 나라 인도네시아에서는 모험적인 미식 경험을, 가장 불쌍한 나라 버마에서는 변변한 요리 없이 힘겹게 끼니를 이어가는 그곳의 상황을 소재로 인간애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언제나 일상적인 미식 공간이다. 동남아시아에서의 감동적인 식사는 길모퉁이 어딘가 좌판 몇 개 깔아놓은 노점에서 하기 십상이다. 유년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폭신한 달걀덮밥, 3분이면 완성할 수 있는 화끈한 매운맛의 카오팟(타이 볶음밥), 푸른 파파야와 갖은 양념을 절구에 넣고 콩콩 찧은 후 봉지에 담아 파는 솜땀(샐러드), 프랑스의 바게트 빵보다 감동적인 500원짜리 베트남식 샌드위치…. 가난한 여행자라도 언제나 손을 뻗을 수 있는 이 소박한 메뉴를 맛보고 나서야 비로소 그 나라 사람들의 삶에 다가가게 된다.
태국에서 가장 척박한 이산 지방의 음식이 전국으로 퍼져 나간 사연, 한국의 부대찌개처럼 슬픈 근대사가 녹아 있는 베트남 바게트, 우울하고 척박한 버마에 길거리 티숍이 산재한 이유를 하나 둘 읽어나가다 보면, 단순한 미식 경험을 늘어놓는 것을 넘어, 애정을 갖고 그 땅을 이해하려는 한 여행자의 시선이 느껴진다.
음식은 직접 먹고, 냄새를 맡아야 제맛이지, 그에 대한 글을 읽는 것으로 좀처럼 감동을 얻기는 어렵다는 편견이 [열대식당]에는 통하지 않겠다. 탁월한 에세이스트의 역량은 ‘상상하게 만드는 문장’에서 정점을 찍는다. 맵고 시고 때론 구리구리한 열대음식의 맛과 향이 흰 종이와 검은 활자에 녹아들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문장을 읽어나가다 보면 어느새 침이 가득 고이는 기묘한 경험, [열대식당]이 선사하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저자
박정석
이화여자대학교, 노스웨스턴대학교, 플로리다대학교에서 영화학과 저널리즘을 전공했다.
동해안 시골에 직접 집을 짓고 얌전한 시바견을 키우며 살고 있다.
그 개의 이름은 사요리. 날렵한 자태가 학꽁치를 닮아 그렇게 부른다.
개와 닭들 수발드느라 긴 여행은 가기 어렵게 되었다고.
지은 책으로 <쉬 트래블스> <33번째 남자> <용을 찾아서> <내 지도의 열두 방향> <하우스> <바닷가의 모든 날들> <화내지 않고 핀란드까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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